약과 음식 사이에도 좋고 나쁜 궁합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음식에도 좋고 나쁜 조합이 있듯이 약과 음식도 마찬가지다. 우리 조상들이 한약을 복용할 때 몸에 이롭지 않은 음식을 피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약물의 궁합은 여러 종류의 약을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 지금 시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될 문제이기도 하다. 성분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했을 때 약물간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술에 취한 상태로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를 복용하면 간 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 종합감기약을 커피나 에너지드링크와 함께 복용하게 되면 카페인 과잉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약과 음식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잘 기억해두고 보다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는 지혜를 갖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에는 약을 두 종류 이상 복용했을 때나 약의 효능을 떨어드리는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알아내는 인공지능(AI) 예측 시스템이 국내에서 개발되었다고 한다. 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약물 간 부작용은 물론 음식물 섭취가 약효에 미치는 결과를 미리 알아낼 수 있어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약물 오용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약과 음식의 궁합
술과 담배는 약과 상극인 관계로 그 부작용 등을 잘 인식하고 있으나 다른 음식들도 약과 같이 복용하면 안 되는 음식들이 있다. 약과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에 대해서 살펴보자.
1) 항생제와 우유
우유에 포함된 칼슘이온은 항생물질인 테트라시클린계와 퀴놀론의 효과를 방해한다. 따라서 항생제를 복용할 때는 약효가 떨어질 수 있으니 우유를 함께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우유뿐만 아니라 칼슘이 포함된 유제품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유는 항생제뿐 아니라 다른 약물 흡수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은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유제품은 2시간쯤 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2) 감기약·진통제와 카페인
카페인 성분의 부작용은 강심작용이나 이뇨작용 등을 유발해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감기약이나 진통제에는 카페인 성과량 복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카페인의 부작용은 맥박수 증가, 두근거림, 불면증 등이 있다.
3) 천식치료제와 생선
최근에 건강식으로 애용되고 있는 등푸른 생선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히스타민이 들어있어 천식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독과 같다.
4) 고혈압·고지혈증과 자몽쥬스
자몽은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C가 풍부하며 피부미용에도 좋아 과일뿐 아니라 가공식품으로도 많이 접할 수가 있다. 그런데 고혈압치료제인 스프렌딜, 고지혈증치료제인 스타틴계열, 항우울제치료제인 자낙스 등은 자몽쥬스와 함께 복용할 경우 자몽에 들어 있는 푸라노쿠마린 성분이 간에 있는 대사효소를 억제해 효소로 분해되어야 할 약이 대사되지 않으면서 과다 복용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5) 통풍 치료제와 소와 돼지의 장기, 등푸른 생선, 연어, 조개, 멸치, 새우 등
통풍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염제, 요산 배설 촉진제는 요산의 생성을 억제하고 배설을 촉진하는 약물로 ‘퓨린’이라는 성분이 많은 위와 같은 음식을 과다 섭취할 경우 요산의 농도가 증가하게 되어 통풍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채소류, 아몬드, 과일류(자두 제외), 초콜릿 등의 알칼리성 식품은 소변을 알칼리화해 요산의 양을 늘려주므로 약물 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6) 제산제와 오렌지쥬스
알루미늄이 들어있는 제산제(속쓰림치료제)를 오렌지쥬스와 함께 복용하면 알루미늄 성분을 체내로 흡수하도록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산성과일쥬스나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이 함유된 음료는 약이 장에 이르기 전에 미리 변질되기 때문에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매일 약을 먹는 질환을 가진 사람은 한번쯤은 자신이 먹는 약과 자주 먹는 음식의 궁합을 한 번쯤은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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