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인류는 수만 종류의 약을 제조해왔고 복용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쏟아져 나오는 신약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9세기 후반 이전에 사용된 약은 약효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효력이 없는 약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진통제에 관해서만은 현대 의학지식 기준에서 보아도 충분히 근거 있는 약을 찾아볼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잘 팔린 약의 종류는 진통제였으며 가장 많이 팔린 약의 이름은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 생산량은 연간 5만 톤에 달하며 5000mg 알약 기준으로 1,000억 알 분량에 해당된다.
* 아스피린의 탄생과 역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인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태어났다. 버드나무 껍질과 이파리에 진통 효과가 있다는 것은 사실은 예전부터 많은 사람이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1828년 버드나무에서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을 분리하여 구조를 알아내는 데 성공하고 이 물질에도 진통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사실 버드나무에 들어 있는 살리실산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살리실산에는 의약품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살리실산을 경구로 먹으면 환부의 통증이 완화되고 염증이 가라앉는 대신 극심한 위통을 일으켰다. 그래서 복용할 때는 버터를 먹어 속을 부드럽게 만든 다음 먹어야 했고 오랜 기간 복용하기 어려웠다.
1897년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은 독일회사 바이엘의 연구원으로 일했는데 살리실산보다 자극성이 적은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데 몰두하였다. 호프만 본인의 아버지도 류머티즘에 걸려 살리실산을 복용했고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호프만은 살리실산 화학구조에 부작용이 약한 구조를 찾으려고 시도했고 결국은 이 화학구조에 ‘아세틸기’를 쉽게 결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임상 시험을 거쳐 1899년에 바이엘은 이 약에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특허를 받았다.
최초의 아스피린은 가루약 형태였으며 우리병에 담아 조제했으나 전 세계 곳곳에서 불법 생산되자 1915년부터 가루약을 알약으로 바꾸고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게 했다. 1917년 아스피린 특허가 풀리자 여러 제약 회사가 아스피린 복제약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아스피린과 바이엘은 단번에 유명해졌다. 1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승전국의 제약회사들은 패전국의 회사인 바이엘과 아스피린 상표를 복제약에 마음대로 사용했으며 바이엘은 오랜 시간 분쟁을 거쳐 1994년에 상표와 로고를 완전히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 속에 바이엘=아스피린 이라는 인식이 심어져 아스피린은 복제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팔렸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면 특허 기간 동안에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지만 특허가 끝나면 쏟아져 나오는 복제약 때문에 오리지널 약의 매출은 줄어든다. 다국적 제약 회사의 꿈은 아스피린 같이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 아스피린의 몰락과 재평가
아스피린 열풍은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서서히 식어갔다. 1953년에 맥닐연구소가 새로 개발한 ‘타이레놀’이 아스피린의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맥닐연구소를 인수한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은 아스피린의 단점과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공격적 마케팅을 계속 펴나갔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타이레놀에 이어 해열진통제 ‘애드빌’이 개발되었고 아스피린을 찾는 사람을 더욱 줄어들었다.
우리 몸에는 염증과 발열, 통증을 일으키는 ‘콕스COX’효소가 있는데 아스피린은 이 콕스 효소를 억제한다. 또한 콕스효소에는 염증과 통증에 관여하는 콕스1효소 외에 콕스2효소가 있는데 아스피린을 먹으면 두 기능이 모두 억제되기 때문에 위장 장애와 출혈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러나 캐나다의 한 연구팀은 뇌졸중 환자가 아스피린을 먹으면 재발할 위험이 줄어들고 협심증 환자가 복용하면 심장마비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하여 아스피린의 새로우 효능이 밝혀지는 단계이기도 하다. 아스피린은 여전히 연구 단계에 있는 중이고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새로운 가설 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치매와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가설 등이 그것이지만 부정확한 데이터도 있어 부작용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약을 먹을 때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약이라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약이 제일 좋은 약이라고 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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