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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직업

외부 파벽돌 시공


무더위가 막판 기승을 부리는 시점인 8월 20일 무렵 동갑내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외벽 파벽작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전화였다. 재작년에 작업을 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이하 K)였는데 같은 동갑내기이고 하다 보니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나 정도의 나이는 조금 애매한 나이라 같은 동갑내기를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을 만나면 금방 친해지기 쉽다. 날이 더워서 땀을 무척이나 흘리겠구나 하는 생각은 스쳤으나 별로 일의 강도가 높지는 않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기왕이면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좋겠으나 그런 현장은 필히 운이 상당한 사람에게만 돌아갈 듯하다.

현장은 김포시 운양동이었고 도심에서 약간은 떨어진 한적한 부지에 전원주택 단지가 줄지어서 들어서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살면 굳이 먼 지방가지 내려가지 않아도 시골의 전원생활을 조금은 음미하면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일의 난이도는 K가 얘기한만큼 별로 어렵지는 않았으나 야외에서 아시바를 타면서 작업을 해야 해서 오랜만에 뜨거운 햇빛을 마주보면서 일을 해야되는 것 외에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파벽돌 시공은 공정이 웬만큼 진행이 되어 있었지만 창문 옆에 미장과 방수 작업이 되어 있지 않아 일을 한번에 하지 못하고 작업하지 못한 부분을 이번에 마무리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원청입장에서는 공정이 길어지게 되어 시공비가 그만큼 더 많이 나가게 될 수밖에 없었다. 파벽돌 시공은 주로 상점이나 가게에서 주로 시공되는 컨셉인데 주로 석고벽면에 세라픽스를 이용해서 일명 본드발이시공법으로 붙이는데 그다지 어려운 시공법은 아니다. 시공한 후에 줄눈을 넣는 것이 일반 타일 줄눈시공보다 어려워 품이 더 많이 들어가기는 한다. 하지만 일반 타일시공자가 줄눈을 넣지는 않고 파벽돌이나 고벽돌 메지만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계신다. 일명 고데메지시공자라고 불리운다.

4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창문이 있는 부분만 시공이 안 되어 있어 아시바를 타고 다니면서 재단이 되어 있는 파벽돌을 부분적으로 붙이기만 하면 되었다. ‘드라이픽스라고 불리우는 압착용 계열 시멘트를 개어서 떠붙임 방법으로 파벽 뒤에다 찍어 발라서 붙이면 되었지만 흘러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판을 줄눈 간격만큼 재단하여 고임목 역할을 한 뒤에 차례를 올려서 붙였다. 한 시간 정도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속도가 제법 나오기 시작하였다. 1층에서는 습하고 풀이 제법 자라고 있어 모기가 웽웽거리며 작업을 방해하였다. 바르는 모기약이 필수로 있어야 할 듯 싶었다. 아시바를 타는 것도 그리 높은 높이는 아니라 고소공포증이 있기는 하지만 겁먹으면서 할 위험도는 다행히 아니었다.



 

전원주택 단지가 꽤 넓어 전체로 보면 약 20개동은 넘는 듯 하였는데 1공구와 2공구로 나뉘어져 관리를 하고 있었다. 내부의 화장실도 어차피 타일로 마감을 해야 되니 화장실 작업은 언제쯤 하느냐고 물어보아도 정확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타일만 있으면 바로 작업을 할 수 있게끔 방수까지 진행이 되어 있었는데 타일 입고가 지체되었고 뭔가 우리가 모르는 내부의 사정이 있어 공정이 지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4명이 있었고 인원을 배분해 한 개 주택씩 맡아서 책임시공하게끔 하였다. 우리는 파벽돌을 붙이기만 하고 줄눈 시공은 다음날 전문팀이 와서 줄눈을 채워넣었다. 파벽돌은 크기와 폭이 일정하지 않아 그 줄눈 사이의 간격을 맞추기가 힘들어 미관상 너무 삐뚤어지지 않는 이상 그대로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레이저를 이용해 수평과 수직을 확인하지만 타일만큼 정확하게 시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왠지 멋스러움과 올드한 느낌이 있어 찾는 사람이 많고 요즈음은 가정집에서 거실에 파벽마감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파벽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에 기회가 된다면 내가 거주하는 집에 마감을 파벽으로 마감을 하고 싶다.

외벽에 창문이 설치된 곳이 꽤 있어 작업은 일주일정도 이어졌다. 항상 내부에서만 일을 하다보니 밖에서 일을 하는 분들의 고충을 몰랐는데 연신 땀을 훔치면서 일을 하니 타일이 작업은 고되어도 밖에서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직업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그래도 여름철은 웬만큼 더위에는 참을만 하지만 눈보라에 매서운 강풍에 일하는 것은 진저리가 나고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겨울철에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대개 보일러를 작동시킬 수 있으면 틀고 작업을 하지 않는가...

날도 더운데 쉬면서 해한참 작업중인데 K가 다가와 그늘진 곳으로 안내를 하였다. 쉬는 중에 솔솔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었다. 노곤하여 그냥 대자로 뻗어서 숙면을 취하였다.

일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고 능률이 올라갈 쯤에 마지막 날이 되었다. 타일 일을 하면서 항상 아쉬운 점이 그 현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손이 완전히 숙달될 쯤에 다른 현장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는 날일로 하기로 해서 큰 데미지는 없지만 다른 현장의 물량내기로 품을 뽑아야 하는 곳은 과장해서 얘기하면 매번 아쉬움의 분투를 삼키기도 한다.

다음 현장도 일정 잡히는 대로 연락할게매번 고마운 K의 멘트이다. ‘나도 잡히면 연락할게나도 왠지 해야할 말인 듯 싶어 응답을 하였다. 타일은 물론 기술이 생명이지만 여러 인맥이 걸쳐져 있지 않으면 생존하기가 쉽지 않은 생태계다.

오랜만에 바깥 바람을 맞으며 일한 현장이라서 그런지 기억이 오래 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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